1979년 3개월 방문 비자를 받아 단돈 20달러를 들고 LA 공항에 도착한 한 청년은 아메리칸 드림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영주권도 없고 영어도 못하는 동양 청년이 할 수 있는 건 시간당 3.5달러를 받는 주유소 건맨. 혹독한 노동에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작은 위안으로 시작한 미니카 모으기가 발단이 된 수집 인생이 이제는 앤티크 10만 점을 소유한 전문 컬렉터로 대성하게 되었다. 사업가로 성공하려던 그의 야망은 물건을 골라내는 안목과 감각, 그리고 천성적인 수집욕 때문에 결국은 컬렉션 인생으로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20달러로 시작한 30년 수집 인생 동안 15년은 해외의 벼룩시장과 골동품 시장을 떠돌았고, 여유가 없어도 미리 저질러버리는 대담함과 외상의 귀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설득력도 타고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을 하다 뭐 하나에 꽂혀 컬렉션을 하게 된 것과 달리 그는 컬렉션에 대한 욕망 때문에 세계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30년 동안 70개국을 다니며 남은 것은 비행기 마일리지 300만 포인트와 10만 점의 수집품. 그중 그가 가장 아끼는 것은 세계의 가면이다. 피카소와 자코메티도 예술적 영감에 사로잡힌 아프리카의 가면, 중국의 용 가면, 베네치아의 카사노바 가면까지 그의 지하 수장고에는 세계의 얼굴이 그득하다. 용도와 유래도 다양해서 아시아 가면이 대부분 놀이 형태를 띠고 있다면 유럽에는 축제용 가면이, 그리고 아프리카에는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가면이 많다.
아이를 못 낳는 사람이 쓰면 아이를 낳게 된다는 잉태 가면에서 장례식 때 쓰는 하얀색의 장례 가면, 할례 때 쓰는 성인식 가면, 악을 쫓는 악마의 가면 등 굳이 역사 공부를 하지 않아도 가면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세계 문화사가 줄줄이 사탕처럼 꿰어진다. 500개가 넘는 그의 가면을 대륙별로 모으면 단숨에 세계 지도가 될 정도로 컬렉션 ‘선수’인 그가 말하는 수집의 룰은 ‘가치’있는 것만 모은다는 것. 그리고 그 가치의 기준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과 그 나라 ‘문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과 컬렉션의 관계 여행도 컬렉션도 전략이 필요하다. 무작정 다니고 모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테마와 종목을 정하면 훨씬 더 생산적인 여행과 컬렉션이 될 수 있다. 컬렉션의 법칙 2:8의 법칙을 지킨다. 컬렉션 중 20퍼센트는 나만을 위한 소장품으로 절대 팔지 않고, 80퍼센트는 비즈니스로 이용할 만한 가치를 기준으로 고른다.
2. 1 과테말라의 크리스마스 축제용 가면. 2 가봉의 푸누 부족이 장례식 때 쓰는 가면. 3 라이베리아 단 부족의 성인식 가면. 4 가봉의 푸누 부족이 쓰는 주술사와 재판관 가면. 5 티베트의 사방신 가면.